오랜만에 포스팅입니다.
어려운 하락장을 지나오신 연배가 지긋한 선배님의 말씀이 문뜩 떠오르는 오늘입니다. 그분을 만난 게 제가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의 첫 발을 딛었을 때니 2013년 가을 정도 되었을 때네요.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만 약 50채 정도를 가지고 계신 분이었고 부동산 외에도 꽤 큰 자산을 보유한 분이셨습니다.
그때 들었던 말씀 중 새겨들을 만한 좋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요즘 시기가 시기인지라 유독 이 말씀이 생각납니다.
"00 씨 제가 예전에 투자할 때는 한 달이 지나면 몇 개를 샀는지도 모를 정도로 되는대로 매수를 했는데 시간이 흘러 하락장을 지나 보니 부동산 투자라는 게 개수만 많다고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말씀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이 선배님도 지난 장이 부동산 투자가 처음이라 계속 오를 것 만 같아 누가 무엇을 샀다고 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이것저것 사다 보니 팔 때가 되었는데도 아까워서 팔지를 못하겠더랍니다. 그러다 하락장이 왔는데 그동안 올랐던 수익은 다 토해내고 역전세까지 맞아서 임차인에게 돈을 내어주고 초기 재개발 구역은 공실에다 누수까지 생겨 그냥 방치해둔 것도 있다 하시더군요. 결국 수익은 얼마 되지도 않고 산 것보다 더 빠진 빌라들은 팔리지도 않아 겨우겨우 팔다 남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게 50채 정도 되었다고요. 그때 왜 그랬는지 후회된다고 하시면서 저 보고는 절대 그렇게는 투자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즘에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와 매우 비슷하지 않나요?
제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지금처럼 보유세가 높지도 않던 시기입니다. 이 분이야 좋은 입지에 아파트도 여러 채 가지고 계셨고 다른 자산도 많으니 그냥 골머리 아프다. 수익도 크게 본 것 없이 신경 쓸 것만 많고 허송세월 보낸 것 같다는 정도의 푸념이었지만 (물론 당사자의 마음은 다르겠지요) 만약 여유가 없는 분이라면 어땠을까요? 상상만 해도 정말 끔찍합니다.
이번장에도 어김없이 불장이 오며 개수 늘리기에 포커스를 맞춘 강의들이 참 많이 생겼었습니다. 부동산은 모으는 거지 절대 팔면 안 된다고요. 말씀드린 대로 위 선배님도 지난 장에 그런 투자법으로 개수를 늘리셨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죠. 물론 저점에서 개수를 늘려 고점에서 모두 팔고 나온 분들이야 큰 수익을 얻었을 테니 이것이 나쁜 투자법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른 전세금으로 매수를 반복해서 개수 늘리기에만 집착한 나머지 매도를 하지 못한 분들은 이번 위기에 큰 낭패를 봤을 겁니다. 그러니 나의 그릇의 크기를 모르고 무작정 매수만 한 투자법은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부동산 사이클처럼 투자법도 반복되지만 실패의 교훈은 잘 전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체감이 다르기도 하고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시장에서 살아남은 분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소리 소문 없이 떠나기 때문이죠.
저야 운이 좋아 상승기 초반에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선배님을 만나게 되었지만 상승장에서 들리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마치 이 상승이 영원할 것만 같은 달콤한 이야기들로만 가득 차게 됩니다. 어쩌면 희망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어 그런 이야기만 귀에 들어온 것일 수도 있고요.
아무튼 저는 저날 이후로 이 분의 말씀을 종종 떠올리며 개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투자는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기면 매도를 했고요. 물론 더 기다렸다 팔았으면 훨씬 많은 수익을 얻었겠지만 어디가 꼭지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건 그냥 희망고문일 뿐이라 생각하고 팔았습니다. 이 정도로 만족하자 하면서요.
당연히 저도 한낱 어리석은 인간인지라 매도 한 물건이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폭으로 상승했을 때에는 섣부른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닌지 자책을 하기도 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공부에 시간을 쏟았습니다. 더 많은 것을 못 가진 것에 아쉬워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수익을 냈으니 자책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거죠.
시간이 지나 요즘 같은 위기를 경험해보니 그래도 그때 팔고 수익도 어느 정도 챙겨서 자산과 유동성을 일부 확보한 것이 마음은 훨씬 편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투자라는 것이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로워 지기 위해 하는 것인데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잖아요. 요즘 주변에서 매매가 30% 이상 하락했다. 역전세에 공실에 임차인 구하기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다 보니 2013년에 만났던 투자 선배님의 이야기가 문뜩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각자 그릇의 모양도 크기도 다르기에 담을 수 있는 자산의 규모도 다릅니다. 투자를 한다면 지금 매수 시점뿐 아니라 매도 시점까지 고려해서 나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커버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긍정 마인드라는 에너지는 어려운 일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벌어질 수 있는 리스크까지 행복 회로를 돌리면서 덮어 두라는 것은 아닐 겁니다. 수익이라는 것도 매도하기 전 까지는 사이버 머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옆에 있는 지인이 어디를 얼마나 샀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공부하면서 실행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죠. 당연히 황금 같은 기회를 준 동료에 대한 존경과 응원은 필수고요. 그래서 투자자라면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더욱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야기들과 지표를 종합해보면 거의 바닥에 다 와가는 것 같기는 한데 바닥까지 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그 시간 동안 한 두 번의 충격만 잘 극복해 낸다면 다시 투자하기 좋은 시기가 오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버티고 이겨내는 게 중요합니다. 이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살 자산이 될 테니까요.
그럼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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