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길어지는 조정장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과 자산 가격 하락으로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아파트가 몇 억씩 내린 채 거래가 되면서 언론에 노출되는 일이 빈번해지자 이제는 하락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데요. 오늘은 수도권 시장을 바라보는 제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가격 하락이 지속된다는 건 하락장 진입의 요소를 충족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하락장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입장이 조금 바뀌었다면 깊은 조정장이라고나 할까요.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하락장? 아직은 아니다
매매가의 하락이 고작 몇 개월 지속되었다고 하락장이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락장의 포인트는 "매매가의 하락이 아니라 꾸준한 전세가의 하락"입니다. 넘쳐난 공급물량으로 전세가의 하락이 지속되어 매매가를 끌어내리게 될 때 그때가 하락장의 진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파트 가격만 떨어지는 하락장은 없습니다. 하락장에서는 전월세로 거주 가능한 모든 주택 유형에서 가격이 하락합니다. 지금이랑은 정말 다르죠.
가장 최근인 조정장이냐 하락장 진입이냐 논란이 일었던 2019년을 기억하시나요. 당시에도 수도권에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시장이 주춤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전세가가 먼저 내리고 매매가의 하락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6개월 후 반등을 시작합니다. 이후는 다들 아시다시피 2020년부터 엄청난 상승을 하고 말았죠. 이때의 급격한 상승을 보는 포인트는 3가지입니다. 입주물량이 몰린 시기에만 하락을 했다는 점. 2019년 이후로 입주물량이 거의 없어 시장이 다시 상승했다는 점. 임대차 3법으로 실제 올라야 할 금액보다 2년 치를 앞당겨서 급등했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그때와 같이 단기간 내에(적어도 24년까지) 공급물량 이슈는 없습니다. 지금의 침체는 내부적인 요인이자 본질적인 문제인 과다 공급물량으로 시장이 꺾인 것이 아니라 예상하기 어려웠던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과 예상보다 더 다이나믹한 미국의 이익을 위한 금리정책이 우리나라까지 압박하고 있는 상황으로 경제 자체가 흔들리면서 거래 침체로 이어진 것이며 이것이 2019년의 조정과 다른 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2008년도를 이야기하며 경제위기로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하락장에 진입했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2008년도는 역대급 금융위기도 있었지만 당시 부동산 시장은 누적된 공급물량으로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다시 말해 금융위기가 오지 않았어도 2009년이 지나면서 하락장으로 들어갈 시그널이 보였던 때였는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마중물 역할을 했던 것이죠.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앞으로 최소 2년간은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매우 적고 당장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이 없습니다. 지금 이 위기를 부족한 공급물량이 멱살 잡고 끌고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도 금리인상을 계속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시기는 끝나기 마련입니다. 거시경제를 체크하는 많은 분들이 연준의 금리인상 마무리 시점을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1/4분기 정도로 예상하시던데 그럼 시장도 결국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기에 얻을 교훈
이번 조정을 겪으면서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교훈은 금리 인상과 거시경제가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가입니다. 그나마 공급물량이 적었기에 망정이지 이번 위기가 25년 정도에 왔다면 하락장 진입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유난히 하락폭이 큰 지역에서 두드러진 현상인데요. 바로 주변보다 상승폭이 컸던 아파트가 하락폭도 그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상승폭이 유난히 컸다는 것은 어떤 호재가 뒷받침했을 확률이 매우 높은데 부동산 시장에서 상승 재료로 쓰이는 다양한 호재는 깊은 조정장과 하락장에서 거품이라는 의미로 바뀌게 됨을 명심해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영원히 상승할 것만 같았던 시장 참여자에게 이번 조정은 큰 메시지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수익을 반납하고 반드시 매도를 해야 하는 분들에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조금만 긍정적으로 생각을 전환해서 하락장 예방주사를 남들보다 미리 맞았다고 생각하시면 어떨는지요.
외부요인이 사라지고(혹은 익숙해지거나) 부동산 시장도 안정을 찾게 되면 수익을 실현하실 분들은 미리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내년 상반기부터 24년 하반기 사이에 매도 기회가 올 것 같습니다. 다음장까지 가져갈 수 있는 체력이 되시는 분들이야 상관없는 일이고요. 어쨌든 이 시기에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필수로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럼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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