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등기부 등본 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매매나 임대차와 같은 부동산 계약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서류지만 많은 분이 중개소 소장님이 보여 주셔도 쓱 하고 넘긴 적이 많으실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등기부 등본을 왜 봐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더더욱 모르기 때문입니다. 소장님을 믿는 것도 좋지만 내 자산을 스스로 지킬 수 있다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다루는 내용만 기억하셔도 웬만한 사고에 대비할 수 있을 겁니다.
등기부 등본은 등기사항증명서라고도 하는데 이 글에서는 등기부 등본이라고 하겠습니다. 등기부 등본은 열람용과 발급용으로 나뉩니다. 그러나 발급용을 제출해야 할 필요가 없다면 열람용으로 확인하셔도 괜찮습니다. 열람용이 무려 300원이나 저렴합니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은 주택과 관련해 집합건물, 토지, 건물 이렇게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단독주택은 건물과 토지로 각각 거래할 수 있어 하나의 집에 건물과 토지 두 개의 등기부 등본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와 빌라 같은 공동주택은 원칙적으로 토지와 건물이 함께 거래 되어야 해서 건물과 토지의 정보가 하나의 등기부 등본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확인합니다. 첫 번째는 표제부, 두 번째는 갑구, 세 번째는 을구이며 오늘은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집합건물' 등기부 등본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표제부입니다.
모두 중요하지만 제가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집중해서 봐주세요.
1번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은 계약하는 부동산의 주소입니다. 만약 아파트나 빌라 같은 집합건물이라면 동과 호수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거래하는 부동산의 주소가 계약서와 일치하는지 확인해주세요.
2번에 표기된 건물내역의 84.79㎡는 전용면적입니다. 이 부분도 계약서의 내용과 맞는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용면적은 공급면적에서 주거 공용면적을 뺀 면적입니다. *전용면적, 공급면적, 계약면적은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3번 대지권 비율에 표기된 271763.7분의 38.54는 해당 집합건물의 토지면적이 38.54㎡라는 의미입니다.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 거래 시 토지 소유권의 중요성을 모르는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집 살 때 당연히 토지도 사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당연한 게 맞습니다. 그러나 확인을 해야 합니다.
공동주택은 건물+토지로 거래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떠한 이유로 그렇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건물만 거래하게 된다면 해당 주택의 가격이 정상적인 주택과 비교해 적절한 가격인지 판단해야 하며 당연히 토지가격을 뺀 만큼이라도 저렴해야 최소한 납득이 갈 겁니다.
그리고 가격을 떠나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달라 건물만 매수한다면 토지 소유자에게 사용료를 내야 할 수도 있고 이 밖에 많은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법적 지식이 부족하다면 굳이 이런 거래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3번의 대지권을 확인해서 건물과 토지까지 정상적으로 거래 가능한 것인지 확인해야 하며 만약 등기부 등본에 대지권의 표기가 보이지 않는다면 건물만 거래하는 것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갑구입니다.
갑구는 소유권과 관계된 내용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1번의 순위번호는 과거부터 순서대로 등기의 번호를 표기한 것입니다.
2번은 등기한 이유와 접수일, 권리자의 내용이 표기됩니다. 등기목적이 소유권보존이니 최초로 소유했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며 접수란에는 등기한 날짜가 권리자 및 기타사항에는 소유자의 인적사항을 표기합니다. 만약 과거에 매매가 되었다면 등기목적에 소유권 이전이라고 표기됩니다.
계약서상 매도자 또는 임대인이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와 같은지 주민등록번호까지 확인해야 하고 간혹 공유자가 있을 수 있는데 공유자에게도 권리가 있으므로 계약을 누구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중개소 소장님과 꼭 의논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소유권이전등기 이외에 압류, 가압류, 가등기, 가처분, 예고등기, 경매개시결정과 같은 다른 목적의 등기가 되어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될 수 있으면 이 부분은 문제 생길 여지가 많으므로 법적으로 충분한 상담을 한 후 계약을 하시고 잘 모르시면 계약하지 않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을구입니다.
을구는 갑구 이외의 내용이 표기됩니다. 한마디로 소유권과 관련되지 않은 내용이 표기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는 법은 갑구와 같습니다. 등기목적에는 근저당설정이라고 표기되어 있고 권리자 및 기타사항에는 채권최고액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근저당이라는 것은 대출이라고 보면 되며 채권최고액은 대출금액 x 120%~130% 된 금액입니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어느 은행에서 언제 얼만큼의 돈을 빌렸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 금액보다 높은 이유는 대출금액이 회수되지 않을 상황을 대비해 은행에서 미리 이자비용까지 일부 계산해 설정해 두는 것입니다. 보통 1금융권은 120%를 설정하며 2금융권은 130%를 설정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따져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만약 근저당 설정된 금액이 2억이 있고 나는 2억에 전세계약을 하려고 하는데 현재 이 주택의 매매가격은 3억5천만 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결국 집주인은 대출 2억+내 전세금 2억 총 4억의 돈을 빌린 상태네요. 매매 가능한 금액보다 오히려 5천만 원이나 더 빌린 셈이죠.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임대인이 어려운 사정이 생겨 집을 팔아야 하는데 팔리지도 않고 대출이자도 밀리게 된다면 은행에서는 경매를 진행해 빌려준 돈을 회수하려 할 겁니다.
경매가 진행되고 누군가 3억에 낙찰을 받아 갔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럼 나의 전세 계약보다 먼저 근저당설정 해뒀던 은행이 첫 번째로 돈을 가져갑니다. 3억에서 2억 빼면 1억 남았네요. 이제야 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는데 남은 돈이 1억이라 이것밖에 못 받습니다. 집주인은 돈이 없다고 하니 일단 내 1억은 그대로 손해입니다.
이 부분은 정말 간단하게 말씀드린 것이고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하며 1억보다 더 적은 금액만 받거나 거의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게 미리 스스로 잘 챙겨야 합니다.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출금과 전세금을 합쳤을 때 매매가보다 높거나 비슷하다면 계약을 포기 또는 변경해야 합니다. 전세금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거나 나의 전세금으로 근저당을 말소 해달라고 요청하세요. 이때 집주인 계좌로는 입금하지 마시고 근저당 설정한 은행에 직접 입금 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계약서에 특약으로 넣어야 하고 요즘은 전세보증보험이 잘 되어있으므로 세입자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조건 가입하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이 부분은 중개소 소장님께 문의하면 잘 알려주실 거에요.
오늘은 등기부 등본 보는 법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럼 너무 길어져서 이 정도로 타협했습니다.
이제 막 성년이 되어 부모님과 떨어져 설레는 마음으로 원룸 계약을 하는 분도 계실 테고 장사가 대박 나길 꿈꾸며 상가 계약을 해야 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리고 자녀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위해 내 집 마련이나 전·월세 계약을 하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그때 등기부 등본 그냥 슬쩍 넘기지 마시고 최소한 이 정도라도 확인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모르는 건 중개소 소장님에게 물어보면 되고요.
간단히 적었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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