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던 지난 7월 29일 문래동 1~4가 도시관경정비구역에 대하여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변경 지정 및 정비계획 변경 결정 고시가 있었습니다.
제가 작년 말 문래동 도시환경정비구역에 대한 포스팅을 했었는데 이때 1.2가와 2.3가에서 재개발 진행이 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렸고 1.2가는 해제가 된 후 구역이 나눠지면 더 낫겠다는 이야기와 2.3가는 이미 상업과 문화시설이 발전되고 있으니 도시재생쪽으로 가는 것도 좋아 보인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지난 글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2020.12.24 - [재개발, 재건축] - 영등포구 문래동 도시환경정비구역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던 이유는 영등포의회에서 해당 부분을 인지하고 안건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직접 현장을 다니며 느꼈던 부분이 가장 컸기 때문입니다.
2013년 결정 고시된 이후 그사이 수많은 이유들로 개발이 되지 않고 시간만 흘러 결국 사업은 지지부진해지고 갈등만 심화되었을 텐데 그렇다면 구역 지정을 변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민원을 들어줄 수는 없으니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토지활용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것도 괜찮은 해결책 아닐까요?
그럼 2013년에 지정되었던 정비구역 결정도부터 보겠습니다.
위 결정도에서 4가 구역은 토지 크기나 건물의 규모가 대부분 비슷한 규모이기도 하고 구역에 특별히 도시재생을 할 만큼의 상업시설이 많이 생기지도 않았습니다.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은 공장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진위가 아직 잘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2.3가 구역은 최근 몇 년간 카페와 음식점 등이 활발하게 들어선 곳입니다. 20대들이 SNS에 사진을 올리려 찾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죠. 그래서 이전에 언급했듯이 이곳은 도시재생 쪽으로 가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드린 것이에요. 아마 직접 이 길을 다녀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남측에 위치한 1.2가 구역은 버스중앙차선도 있는 6차선 30m짜리 큰 도로를 두고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2013년에도 이미 이렇게 넓은 도로였는데 무슨 의미로 이 두 곳을 하나의 구역으로 묶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더군다나 큰 대로변에 맞닿아 있는 건물과 이면도로에 있는 건물 간의 규모 차이도 상당한데 저렇게 한 구역으로 묶어두면 갈등이 없을 수 있을까요? 실제 갈등이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모르겠지만 안 봐도 뻔하죠. 이런 방식이면 대로변 대형 건물 소유주가 굳이 재개발을 찬성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면도로에 있는 소유주는 찬성할지 몰라도요. 그러다 보니 이곳도 순탄하게 진행됐을 리가 없었을 겁니다.
그러다 결국 1.2가 구역 주민들이 2017년 말에 동의율 32%를 채워 구역해제 요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8년 6월부터 문래동 1~3가 2개 구역의 재정비 용역이 착수되었고 약 3년의 시간이 흘러 정비계획이 변경된 것이죠.
그럼 새롭게 변경된 결정도를 보시겠습니다.
약간 복잡해 보이지만 보시다시피 4가 구역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이쪽은 특별하게 말씀드릴 건 없고 1~3가 구역만 말씀드릴게요. 1~3가 구역은 기존 2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던 것들이 총 5개 구역으로 나눠집니다.
총 5개의 구역을 큰 틀에서 일반정비형(빨간색 A구역)과 소단위관리형(파란색 B구역) 2가지의 용도로 나누게 됩니다.
#일반정비형구역 (빨간색)
일반정비형의 권장용도계획은 산업시설 및 도심지원기능을 주용 및 권장용도(전층) 계획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산업시설과 도심지원기능의 대표적인 시설로는 요즘 많이들 투자하는 지식산업센터가 있습니다. 꼭 집어 지식산업센터를 지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제 추측으로는 아마도 이쪽으로 유도하려는 듯 보입니다.
#소단위관리형구역 (파란색)
소단위관리형의 권장용도계획은 저층부에 형성된 산업생태계 특성 유지를 위해 저층부(1층) 내 소규모 공장용도를 계획한다고 합니다. 이는 기존에 아직 유지되고 있는 공장들의 생존권을 지켜주면서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보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예외로 문래동2.3가B구역은 문래예술창작촌의 기능 보전을 위하여 창작.문화예술시설을 도입 시 영등포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권장용도 인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기존 2.3가 구역이었던 곳은 20대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중 새롭게 변경된 2.3가B구역의(기존2.3가 구역 내 위치) 미래는 문화.예술창작이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인 것이죠.
#창작.문화예술시설의 범위
- 예술업, 기념품 및 장식용품 소매업
- 창작 및 예술관련 서비스업
- 기타 영등포구 도시계획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는 창작문화예술시설
위 내용은 서울 내 준공업지역 중 문래동이 참고하면 아주 좋을만한 성수동과 연계해서 미래를 상상해보면 아주 재밌는 그림이 그려질 거라 생각합니다.
2.3가B구역이 창작.문화예술의 중심구역이 되면 결국 2가B구역까지 그 영향이 확장될 것이며 1가B구역은 지금처럼 소규모 공장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곳으로 정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창작.문화예술의 공간과 공장을 운영하는 공간이 서로 불편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상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문래동 2.3가B구역이 위치한 기존 2.3가 구역은 이제 제대로 도시재생을 진행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꾸준하게 잘 성장하고 있던 공간이 얼마나 더 확장하게 될지 개인적으로는 이쪽에 기대가 매우 큽니다.
약간 복잡할 수 있는데 다시 정리하자면 파란색 구역은 1층에 기존 소규모 공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되 2.3가B구역과 2가B구역은 창작.문화예술의 영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이며 빨간색 구역은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산업과 도심기능지원 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저는 해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문래동을 자주 다녀본 입장에서는 모두를 만족시키진 못할지라도 현장의 실태가 많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하며 이것만 보더라도 이번 변경결정 고시된 자료를 열람하면서 프로젝트를 맡은 영등포구 도시재생과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계획이 새롭게 나왔으니 혹시 문래동을 아직 안 가보신 분들은 한번 다녀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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