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종암동 고려아파트

 

지난 금요일 고려대 근처에 업무차 들렸다가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났는데요. 그냥 집으로 갈까 하다 며칠 전 눈에 띄었던 고려아파트가 생각나 발길을 돌렸습니다.

 

 

고려아파트는 1975년에 준공한 46년 차의 오래된 나 홀로 아파트입니다. 용적률 149%와 140세대의 작은 단지인데요. 아무리 언덕 맨 위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라도 그렇지 나름 서울 안에 있는 아파트인데 가격이 매우 착해 보여 궁금하더라고요.

 

 

고려대역에서 길음역까지 다니는 21번 마을버스를 타고 래미안 세리니티 아파트 후문에서 내리면 고려아파트까지 걸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약 300m 정도의 짧은 거리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경사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경사도를 표현하고 싶어 사진을 찍어보기는 했지만 이미지상 보이는 경사도와 실제 느끼는 경사도는 차이가 큽니다. 거의 등산하는 수준이에요. 이래서 가격이 착했던 걸까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옛날 이 높은 곳에 아파트를 지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히스토리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정문 입구에는 15번 마을 버스정류장이 바로 있어서 이 버스를 타고 동네 아래까지 다닐 수 있습니다. 15번은 21번과는 다르게 전철역까지 다니는 버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바로 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탈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렇게 경사도가 심한 곳이라면 거주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죠.

 

 

관리사무소 소장님께 여쭤보니 출근 시간에는 10분에 1대씩 다니고 평소에는 15분에 1대씩 다닌다고 하네요. 2개 노선의 마을버스를 이용 가능하니 평지보다는 불편하겠지만 생각보다 거주성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트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산길로 산책로가 있어서 자연 친화적인 거주지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큰 장점이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마디로 이곳은 호불호가 확실하겠구나 싶더라고요.


서울의 아파트 가격도 많이 상승했고 40년이 넘은 아파트라 안전문제도 있을 듯한데 아직 재건축에 대한 움직임이 별로 보이지 않아 의아했습니다. 아마도 해당 토지가 1종 일반주거지에 자연경관지구라서 개발성이 쉽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가뜩이나 용적률이 낮은 1종에 건축물 높이 제한까지 있는 자연경관지구라니 개발하기 좋은 곳은 아니죠.

 

 

그렇지만 요즘 정부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을 장려하는 추세니 소유자분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아파트 뒤에 행운연립이라는 작은 연립이 있었는데 해당 부지가 작지 않으니 이 연립과 같이 추진해도 좋아 보이고 아파트 주변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빌라들과 같이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해보는 것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뒤에 산책하기 좋은 작은 산이 있으니 취향만 맞는다면 새 아파트에서 여유롭게 살기 괜찮아 보였거든요. 교통 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되어 있고 자차 이동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지금의 위치가 단점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밖에서 보니 창문 샷시를 교체 한 집들이 꽤 보였습니다. 이건 99%의 확률로 내부 수리를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집이니 수리가 필요한 분들이 꽤 계셨을듯합니다. 수리해가면서 거주를 한다는 건 나름 이곳이 좋아서 오래 사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데 집이 잘 나가지 않을 것 같아 수리하고 임대를 놓은 집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수리하는데 큰돈을 지출한 분들에게는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꼭 반갑지만은 않을 겁니다. 안전문제만 없다면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니 정답은 없습니다. 새것이 언제나 좋은 건 아니잖아요.


집에 가는 길에 근처 부동산에 들러 문의를 해보니 소규모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부동산 소장님들 마다 말씀이 다르시네요.

 

 

고층은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새 아파트로 바뀌겠죠. 앞으로 서울에서 이렇게 오래된 아파트들이 점점 많아질 텐데요.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생각도 해보고 지금 모습을 기록해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찾아와 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